촛불시위 반성 요구하는 이들에게 '심판'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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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부 | 조회수 736 | |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참으로 ‘적반하장’이다. 민심과 함께하지 못한 정책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 당사자들에게 반성을 요구했다. 촛불시위가 2년이 지나자마자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같이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부처가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촛불시위 비판 기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2년 전에 했던 ‘반성’은 아예 망각한 듯하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10일 이 대통령은 성난 민심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수없이 내 자신을 돌이켜 봤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한미 쇠고기 협상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후 마음이 급해서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촛불시위는 정부의 쇠고기 졸속협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에 놀란 정부는 미국에 재논의를 요구했고,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30개월 미만의 SRM은 수입되지 않게 됐다. 국민들의 건강권은 뒷전이고, 미국과의 졸속협상에만 매달렸던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촛불시위가 바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촛불시위 당사자들에게 반성을 요구했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촛불시위 당시, 국민들의 안전한 식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금속노조나 현대차지부 입장에서 보면 ‘뒷통수’를 맞는 기분일 것이다. 비록 정치파업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지만 대통령 사과까지 이끌어 내는데 노조도 한 몫 했지만 이젠 노조가 반성해야 할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촛불시위 당사자에 대한 반성 촉구,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 천안함 사고에 대한 근거없는 ‘북풍’ 제기는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많다. 이들 사안들은 대개 ‘색깔론’으로 모아지며,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쟁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4대강 정비사업, 스폰서 검사 등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쟁점은 희석되고 ‘정권 안정론’으로 이어지며,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나타난다. 어찌됐든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공방의 한 복판에 다시 섰다. 촛불시위를 반성하고 여당의 ‘안정론’을 선택할 것인지, 졸속협상에 대한 공개 사과마저 뒤집는 이 대통령과 여당을 ‘심판’할 지는 이제 국민과 노동자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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