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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 논란을 통해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
| 편집부 | 조회수 791

이광석(전교조 정책기획국장)
어느날 갑자기 ‘외고 폐지’ 문제가 한바탕 열풍처럼 전국을 휘몰아쳤습니다. 놀랍게도 그 진원지는 진보운동 세력이 아니라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지난 기간 동안 야당과 진보운동세력이 ‘외고 폐지’를 줄기차게 외쳤을 때 결사적으로 이를 막아왔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서 ‘외고 폐지론’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외고 폐지’를 처음으로 거론한 사람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입니다. 그는 “사교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특수목적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후 방송과 국정감사를 활용하여, ‘외고 폐지’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정부가 ‘친서민’ 행보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목고를 안 건드리고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집권 후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교육의 폭발적 팽창을 이끌어온 특목고에 대한 정리에 성공만 한다면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교육 광풍의 주범 외고

외고는 확실히 ‘사교육 광풍’의 주범입니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최고의 코스로 외고를 가고자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자 외고 입시는 점점 치열해졌습니다. 일반 중학교 교육만으로는 외고입시를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이 지난 10월 9일 공개한, 30개 전국 외고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고생 학습실태와 교육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외고에 입학한 학생 가운데 84.4%가 입학 전에 특목고 전문학원에 다녔습니다. 이들 학원의 종합반 수강료는 50만 원에서 70만 원, 여기에 특강까지 들으면 20~30만 원이 추가돼 한 달에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1년이면 천만 원을 쓰는 셈이니 이런 학생 수천 명이 다니는 특목고 학원의 연매출은 수백억 원에서 천억여 원에 이르고, 고액 과외와 단기 영어 연수까지 더하면 전체 사교육 시장 규모 20조 원 가운데 특목고 사교육이 차지하는 부분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처럼 비정상적 사교육을 버려두고, 공교육은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끝을 모르고 높아져가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아무리 오른다고 하더라도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꼭대기에 외고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외고를 폐지한다고 곧바로 사교육이 철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교육 병폐 척결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