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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 논란을 통해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
| 편집부 | 조회수 875

이광석(전교조 정책기획국장)
변질된 입시학원 외고

외고는 1984년 개교 당시만 해도 외국어 기능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외고는 명실상부한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입학시에 중학교 내신도 반영하며, 입학 후에는 수학, 과학 등을 배우는 이과반을 운영하거나 방과 후 수업이나 방학 보충수업을 통해 편법적인 입시 위주의 국영수 수업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2009년 서울, 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은 41.1%에 달했고, 대원외고의 경우는 SKY대 진학률이 84.6%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6~2009년 외고 출신의 어문계열 진학 비율은 25~30%에 그치고 있으며, 역대 법조인 수에서 대원외고 출신은 322명으로 경기고(441명)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것이 자기 자녀들을 ‘외국어 영재’로 만들기 위해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외고가 선도하고 있는 왜곡된 대학 입시 경쟁은 단지 외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반고등학교도 정상적인 공교육과정을 준수하면서 외고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외고와 일반고 가릴 것 없이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외고 폐지에서부터
공교육 정상화의 희망을…


외고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대학 입시 경쟁체제에서 지방의 학생들, 특히 노동자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없어서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완전히 불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이미 운명이 정해진 게임이라는 사실입니다.

서울, 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41.1%에 이른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 개인의 재능과 노력보다 엄청난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 그리고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막강한 입시기관의 정보과 관리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입니다.

따라서, 외고를 폐지하는 것은 무너진 공교육의 기능을 되살리고 정상적인 대학 입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부모가 잘살든 못살든 상관 없이, 지방에 있든 수도권에 살든 관계없이, 학생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