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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 선전홍보실 | 조회수 781
밥 먹을 곳이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어두운 계단 밑이나 창고, 심지어 화장실이 밥 먹을 유일한 공간입니다. 겨울 한파에도 도시락을 데울 수 없어 찬밥을 먹어야 합니다. 점심값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쥐꼬리 임금 탓에 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밥 먹을 곳조차 없는데 잠시 쉴 공간은 엄두도 못 냅니다. 청소원 아주머니들의 현실입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에 한 번쯤 마주치는 분들이지만 스치듯 지나쳐 버릴 뿐이죠. 그 분들이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잠시 쉴 공간은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 분들은 어느새 ‘유령’이 됐다고 합니다. 임금노동자 중에 단일 직종으론 청소·미화원이 가장 많습니다. 이 가운데 74%가 여성이며 대다수가 50대 후반의 고령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주변을 잠시 돌아보면 이런 여성 노동자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내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제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사우들이 밥을 먹기 전이나 먹고 난 후에 식사를 하시죠. 식사한 후에는 곧바로 다음 식사 준비를 하러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어떤 분들은 한 끼 식사마저 서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위장병을 앓은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분들이 식사를 언제 하는지, 식사 후에는 잠시 쉴 시간은 있는지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습니다. 매일 사내식당에서 뵐 수 있는 이 분들도 어느새 유령이 된 것은 아닌지요.  
세계 여성의 날이 지난 8일로 102돌 맞았습니다만 이렇듯 일하는 여성의 처지는 그리 달리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성 총리와 대통령 그리고 전문경영인(CEO)까지 배출됐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여성들에게 제공된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이며, 가사와 육아에 짓눌려 있던 현실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날은 여성이 남성과 선을 긋는, 남성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그녀들만의 날’은 아닐 겁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팔짱 껴 온 남성들도 이젠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겁니다.  어느새 유령이 된 고령의 청소?미화 여성 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직장 내에서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요. 
때마침 민주노총 공공노조가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청소원 아주머니를 포함한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식권 지급과 휴게공간 제공을 요구하는 캠페인입니다. 휴게공간과 휴식시간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지만 사용자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제, 노동조합이 일터 안팎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령 여성 노동자를 위해 이 캠페인을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요. 102돌 맞은 여성의 날은 이런 작은 관심과 연대에서 여성과 남성 노동자가 함께 하는 날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