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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외면한 지연양을 잊지 맙시다
| 선전홍보실 | 조회수 814
삼성반도체에서 일한 스물세 살의 박지연양이 최근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지연양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지연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삼성반도체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그 때 아무리 어려워도 대학에 보낼 걸 그랬어요. 그래도 ‘삼성’에 간다고 해서 한시름 놨는데 백혈병에 걸리고 난 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지연양 영정 앞에서 오열하던 어머니가 한 얘기입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던 삼성전자 광고와 달리 지연양이 체험한 삼성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지연양은 방사선 기계로 반도체 제품을 검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녀는 안전장치를 해제하지도 않은 채 작업을 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하더군요. 방사선은 가장 잘 알려진 ‘발암물질’입니다. 방사선에 쏘이고, 독성물질을 마시며 일 했으니 3년도 안 돼 몸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지연양 동료 중에서도 암이 발생한 이들이 22명이며, 이 중에 사망자는 총 9명이라고 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다 숨지면 떠나는 이의 넋을 기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일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지연양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차갑게 외면했습니다. 가족들이 지연양 영정을 들고 생전에 일한 직장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삼성과 경찰은 불법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백혈병에 걸린 지연양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함에도 공장 근무와 관련이 없다며 회피하기 일쑤였습니다. 
지연양이 숨을 거두기 일주일 전,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정치권에 검은 비자금을 뿌렸던 이건희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겨울올림픽 유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죄값을 치르지 않고 사면 받더니, 스스로 물러난 회장직에도 복귀한 겁니다. 삼성그룹과 주류언론들은 ‘위기의 해결사’라며 이건희 회장의 복귀 선언을 칭찬하기 일색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이 어찌 될지 모른다.”라며 위기론을 앞세워 입성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를 오늘에 있게 한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암이 발병한 이들이 22명이나 되는데도 공장과 무관하다며 작업현장 개선을 회피하기 때문에 ‘글로벌 일류기업도 무너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자’던 이건희 회장처럼 지연양 같은 동료들은 애써 잊거나 무심코 지나쳐 버린 건 아닐까요. 지연양의 가족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지연양은 비록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녀의 투쟁은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고름이 목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내가 니 별이다’라고 염원한 지연양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