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조

TOP
전체신문보기

콘베어 인생 참 서글프다.
| 선전홍보실 | 조회수 1,216
조합원이 한석봉 인가? 캄캄한 화장실에서 볼일 보게!
살면서 우린 황당한 일들도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최근 3공장 화장실에서 겪은 당혹감은 그냥 지날 칠 수 없을 듯하다. 올해로 직장생활 23년째를 맞고 있지만 내가 겪은 수많은 일중에 가장 황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하면, 작업도중 뒤가 마려워 화장실 변기에 앉아 거사(?)를 치루고 있는데 갑자기 전등이 꺼지면서 화장실 전체가 암흑천지로 돌변한 것이다. 극 소심 A형인 나는 그만 덜컥 겁이나 제대로 뒤처리도 하지 못하고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슨 일인지 주변 동료에게 물어보니 전기세를 아끼려고 회사에서 타이머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의 왕래가 없으면 저절로 전원이 꺼지게 된다고 한다. 화장실 안에 이미 사람이 와 있어도 말이다. 
생각하면 참 고약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자동차가 전기세를 아끼려고 째째하게 똥 누는 것 까지 제한을 둔다니 어이가 없고, 또 한편으론 생리적인 현상마저 눈치봐가며 해결해야하는 콘베어 인생에 서글픔마저 든다. 그것도 4조원을 들여 현대건설 인수를 선언한 회사에서 말이다. 해도 너무 한다. 
만약 전기세를 아낀 돈으로 조합원의 복지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으로 사용할 목적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 할 일이다. 그렇다면 불 꺼진 식당에서 밥 먹는 것조차 감내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정몽구회장 개인의 비자금 조성이나 정치권력의 로비자금으로 사용 할 목적으로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다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화장실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원시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때론 지친 노동에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마저 통제하려 한다면 조합원을 가족같이 생각한다는 회사의 슬로건을 당장 떼어 내야 할 것이다. 
사측에게 정중하게 충고한다. 화장실의 전원을 원상태로 돌려놓지 않으면 똥 누는 것도 아까워하는 판국에 주제넘게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든다는 비아냥을 평생 들을 것이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면 당장 원위치 시켜놓길 바란다.                                 선전위원 이상규 
pooreun7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