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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뒷담화(?) 귀찮고 하찮고 부담스럽다는 편견 버리자
| 선전홍보실 | 조회수 1,148
풍경1. 만원의 행복 
요즘 세상에 만원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돈의 가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전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만원의 가치를 경험했다. 3공장으로 전출오고 첫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을 결의했을 때,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은근히 나를 부른다. 
그러더니 손을 불쑥 내밀며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식사나 하고 가라’ 며 현금 만원을 쥐어주는 것이다. 처음에 사양도 했지만 그 동지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라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충분히 알기에 기꺼이 받아 챙겼다.
더불어 뜨거운 동지애도 함께. 세상에 이보다 더 값지고 귀한 만원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난 참 행복한 놈이다. 전에 일했던 2공장에서도 선거구 조합원들이 돈을 거둬 전국노동자대회 경비로 쓰라고 전해준 적이 있으니 말이다. 활동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전국노동자대회, 벌써 내년이 기다려지는 건 단지 돈 욕심 때문만은 아니리라. 
풍경2. 문과 벽의 차이 
전국노동자대회는 당면한 투쟁 돌파를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함께 할 수 없었던 주야간 반대조 동지들과 대의원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속내들을 허물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상경투쟁 차량배치를 보면서 느낀 것은 여전히 조합원과 대의원 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합원과 대의원이 한 차에 동승하지 않고 철저하게 A, B조 조합원으로 구분하고 거기에 대의원 차량은 또 별도로 배치했다. 
그러다 보니 서울 본 대회 장소에서 조차 얼굴 한번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선거구 조합원을 챙기지 않는 대의원에 대해 내심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오히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조합원과 대의원 모두 안쓰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문이 소통이라면 벽은 단절을 의미한다. 조합원과 대의원은 서로 통하는 문이어야 한다. 벽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겨 줄 뿐이기 때문이다. 
풍경3. 노동자의 대 향연, 함께 즐기고 만끽하자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저술한 책 ‘향연’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지혜로운 장소에서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혜를 나누는 값진 자리, 여기에 맛난 음식과 술이 조화를 이루니 더 할 수 없이 좋은 향연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있어 전국노동자대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국의 노동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태일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뜻 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귀찮고, 하찮고, 부담스럽다는 편견 과감히 떨쳐버리고 내년 전국노동자대회는 현자지부 조합원 전체가 참여해서 함께 즐기고 만끽하는 노동자의 대 향연으로 만들어 가자.                         선전위원 이상규 
pooreun7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