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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 난 ‘노동법 날치기’ 파동
| 선전홍보실 | 조회수 1,518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노동법 날치기 파동’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그것도 여당인 한나라당 고위관계자 입에서 나왔다. “지난 12월 8일 본회의장에서 의장석 몸싸움을 보면서 저는 96년 12월 25일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 당시 우리는 축배를 들었지만 그것은 YS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바로 한보사건이 터지면서 YS정권은 몰락하고 IMF가 초래되면서 우리는 50년 보수정권을 진보진영에게 넘겨줬다.” 지난 13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나온 홍준표 최고위원의 회고담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다. 여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매우 적절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기고 있어 야당에 밀리면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의원들은 12월 25일 새벽 6시 서울 여의도 주변 숙소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국회에 입성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신한국당 의원들은 단 7분 만에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런 흐름은 현재와 매우 유사하다. 레임덕을 우려해 국회의 권능이나 당·청 간 분리라는 원칙마저 저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김영삼·이명박 대통령은 너무도 닮았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날치기 처리했음에도 자만심에 빠져있는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은 ‘쌍생아’다. 우리 속담에선 이를 ‘제 버릇 개 줄까’라고 비유한다. 한 번 젖어버린 버릇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심각한 것은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이다. 대부분의 서민예산은 누락되고 이른바 ‘형님예산’은 막판에 끼워넣기 방식으로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포항 지역구 관련 예산만 1천350억원이 증액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상득 의원 지역구에 배정된 예산만 10조원에 달한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은 안중에 없고, 권력을 등에 업은 폭거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민여론에 귀를 막고, 무소뿔처럼 앞만 보고 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행보가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점이다. 내년도 예산안 다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안에 대한 국회의 비준이다. 국회 비준에 몸이 달아오른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야권과 노동시민단체의 반대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2년 제한 완화, 파견근로자법 개정 등 노동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법안도 줄줄이 상정될 것이다. 오만한 한나라당 행보를 보면 일방통행식으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 ‘비정규직 확대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지적은 고려대상이 아닐 듯싶다. 
양대노총은 96년 노동법 날치기에 항의해 총파업을 벌였다. 사실 김영삼 정권 몰락의 서막은 총파업을 벌인 양대노총이 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양대노총 총파업은 날치기 파동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정치권에 분명히 새겼다. 그럼에도 역사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돌아갔다면 노동계의 할 일은 분명하다. 날치기 폭거에 대한 분노를 조직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촉발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