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조

TOP
전체신문보기

해외생산 확대로 벼랑에 선 한진중공업 노동자
| 선전홍보실 | 조회수 1,336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가 20일 전면파업을 벌였다. 회사측이 내년 2월 7일까지 생산직 1천200여명 가운데 400명에 대한 희망퇴직 및 해고계획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수주량 부족에 따라 경영실적이 악화돼 감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사례는 지난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비교해볼 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상하이차의 철수로 벼랑으로 내몰린 쌍용차와 달리 한진중공업은 한계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이 어렵다는 주장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되레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 5천362억원에 영업이익 521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자산가치는 올해 초 1천588억원에서 11월 현재 2천672억원으로 68.3%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조남호 회장은 약 120억원,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국 상무는 약 80억원을 주식배당금으로 챙겼다. 
회사측이 해고하려는 인원의 평균연봉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조 회장 일가가 챙긴 주식배당금과 맞먹는다. 고통분담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해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이는 한진중공업의 해외생산 확대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6~2008년 약 7천억원을 투자해 필리핀 수빅자유지역에 조선소를 건립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빅만조선소에 선박수주 물량을 몰아주는 형태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려 했다. 11월 말 현재 61척의 수주잔량과 29척의 신규 수주량을 고려하면 약 3년치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 필리핀 노동자의 임금은 국내 노동자 임금수준의 10%에 불과해 비용경쟁력도 갖췄다. 
반면 한진중공업의 한국 내 조선사업장은 폐쇄와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했다. 한진중공업 울산 블록공장은 지난 7월 폐쇄됐고, 부산 다대포 블록공장은 부분 휴업중이다. 인천 율도의 블록공장은 생산량 축소가 검토되고 있으며, 부산 영도조선소 도크 3개 중 1~2개는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산 영도조선소의 수주실적은 2005년 7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와 올해 단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물량이 빠져 나간 후 부산 영도조선소는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이러니 지난 9월에 실패한 정리해고를 이번에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다. 
해외생산 확대는 곧 국내 공장의 대규모 감원과 비정규직 대체효과 그리고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의 공동화로 나타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나 부산시는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봐선 안 된다. 영도조선소를 살릴 계획을 제시하되 회사측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 해외생산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라면 한진중공업 사례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안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미국 현지생산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지회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제 막 타오른 해외생산 확대의 불길을 끄지 못해 산 전체로 번지게 할 수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