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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그리고 동지팥죽 한 그릇
| 편집부 | 조회수 1,422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다사다난 했던 경인년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저물어 가는 한 해가 아쉬워서인지 세밑이면 송년회·망년회로 거리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가는 곳마다 떠들썩합니다. 본래 세밑은 ‘한 해의 어려운 관문의 통과’를 의미합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새 해를 맞이하는 시간, 그래서인지 세밑은 성찰의 시간입니다. 
올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탓에 울고, 법원의 판결에 웃었던 한 해였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1월1일 새벽, 노조법을 직권 상정해 단독 처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새해 벽두부터 노조법을 날치기 처리를 하더니만 12월 8일에는 내년 예산안마저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어쩌면 이렇게 시작과 끝이 같은지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올해만큼 ‘날치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해도 없었습니다. 지난 5월1일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노동계 위원의 출입을 막고, 경영계와 공익위원만 참여해 타임오프 한도를 기습처리 했습니다. 정부와 경영계의 의견이 담긴 타임오프제도는 현장 곳곳에서 갈등의 뇌관으로 부각됐습니다. 노동계는 종전 관행대로 노사자율 결정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타임오프 한도 준수를 고수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북 구미의 KEC에서 타임오프를 두고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무분규사업장이었던 KEC에서 파업과 직장폐쇄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노조가 공장점거에 나섰습니다. 주요국(G20) 정상회의 앞두고 노사는 농성해제와 교섭재개에 합의했으나 갈등의 불씨는 아직도 살아있는 듯합니다. 
타임오프 시행으로 우울했던 노동계에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지난 7월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KTX 여승무원, 현대차 울산에 이어 아산공장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런 흐름은 1천5백일 넘게 싸웠던 기륭전자·동희오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복직합의로 이어졌습니다. 12월 들어서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300여명이 울산 1공장을 점거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지부와 사내하청 지회 간에 아름다운 연대가 이뤄졌으며, 25일간 농성 끝에 특별교섭을 이뤄냈습니다.  
지나고 보면 타임오프 문제는 정부와 경영계가 그렇게까지 서둘 일이 아니었습니다. 노사자율로 전임자 임금을 결정해 왔다면 그것을 존중해야지 금지시켜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법파견과 사내하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현대자동차는 대책없는 ‘버티기’로 일관하다 화를 불러왔습니다. 이젠, 낡은 사내하청 고용의 관행을 바꾸는 일에 사용자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따로 없습니다.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특히 사용자는 농성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강행해 평화교섭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1천5백만 노동자 여러분. 춥고 긴 겨울밤, 이웃과 동지팥죽 한 그릇을 나눠먹으면서 훈훈하게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