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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대통령 신년연설‘유감’
| 편집부 | 조회수 1,296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올해는‘신묘년 토끼띠 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토끼를 꾀 많은 동물로 여겼습니다. 자라의 꼬임에 빠져 용궁으로 간 토끼는 기지를 발휘해 빠져 나옵니다. 간을 두고 왔다는 거짓말로 용왕을 속이고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토끼는 순결함과 평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순결과 평화는 곧 달의 이미지와 겹쳐졌고, 그래서 달에는 늘 토끼가 삽니다. 한편으론 꾀 많고 재치가 있는 동물이면서, 또 한편으론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이상향으로 그려진 토끼, 현대자동차 노동자, 1천5백만 노동자에게도 토끼를 상징하는 지혜와 평화가 깃드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새해 벽두에 노동자·서민의 눈과 귀가대통령 신년연설에 쏠렸습니다. 이 대통령은“지난해 31만개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올해도 반듯한 시간제 근로를 비롯해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자리는 늘린다는 데,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라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양질의 일자리인 ‘다양한 시간제 근로’는 사실상 탄력 근로제를 확대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부 공공기관은 사례로 거론됩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든 여성들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환영할 듯합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 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에겐‘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출산휴가를 마치고 온 여성 노동자들은 탄력근로를 하기는커녕 해고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제 또는 탄력 근로를 확대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만 양산되고, 장시간 노동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려가 많은데도 정부는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에게 기간제 노동자 기간제한 예외 확대, 파견허용 업종 확대,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의 유연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종전의 일자리마저 질 낮은 일자리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대통령은 또“많은 나라의 예가 보여주듯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위기를 초래해 국가의 장래는 물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며 맞춤형 복지를 대안으로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선별적 복지를 언급해 놓고, 맞춤형이라고‘마사지’를 한 것이지요. 이는 전제가 틀린 주장입니다. 마치 정부가 복지혜택을 받는 국민을 선별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혜를 주는 주체는 정부이고, 혈세를 낸 국민들은 구걸해야 한다는 얘기입니까. 복지는 모든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입니다.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철학이 없는, 국민을 무시하는 복지담론을 유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자리 창출엔 인색한 대기업 앞에선 속수무책이면서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만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 신년연설에 걸맞지 않습니다. 
대통령 신년연설이라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 이상 이 대통령은 토끼해를 맞아 평화와 희망을 염원하는 노동자·서민들에게 찬 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