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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기업 다닌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 편집부 | 조회수 1,287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초일류기업에 다니면 주변에서 부러워합니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면 고액연봉과 평생직장을 얻은 것처럼 여깁니다. 초일류기업이라는 겉모습에만 눈길을 줄 뿐 그 이면에 도사린 문제는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지난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현(25)씨도 그런 사례입니다. 고 김주현씨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 설비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김씨는 LCD사업부 천안공장의 클린룸의 칼라필터 공장에 발령 받았습니다. 이 공정에서는 감광제를 비롯한 갖가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피부질환인 아토피증세가 악화됐다고 합니다.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을 앓기도 했다는 군요. 김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천안공장은 3교대 사업장인데 실제로는 12시간 일했다”고 말했답니다. 
김씨의 진술을 듣다보면 의문점이 듭니다. 엔지니어로 입사한 김씨가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고, 3교대 사업장에서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다니…. 가족과 지인들의 진술을 들으니 이해가 가더군요. 작업장에서 설비와 기계를 점검하고, 거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관리하다 보니 엔지니어도 직업병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지요. 기술직이라 해서 잔업과 특근에서 예외가 없으며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초일류기업에 다니는 김씨의 월급은 많았습니다. 입사 1년차인데도 월 300~4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돈을 많이 벌어도 쓸 시간이 없다. 상급자들이 밥도 안 먹고 일할 정도여서 편하게 밥조차 못 먹는다”고 했답니다. 이러니 친구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니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라”고 조언해도 김씨에겐‘무의미한 얘기’였을 겁니다. 결국 김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씨의 자살은 막을 수 있었기에 더 안타깝습니다. 사건 당일, 삼성전자 안전직원이 김씨의 자살시도를 만류해 기숙사 방에 데려다 놨습니다. 안전직원이 자리를 비운 후 50여분 지나자 김씨는 다시 자실을 시도해 목숨을 스스로 끊은 것이지요. 고인을 기숙사에만 데려다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가족이 분노한 까닭입니다.  
삼성전자의 작업환경과 노동조건 그리고 사고예방 수준을 보면 초일류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때문에 유가족들은“회사측 최고 책임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김씨의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1차 자살시도를 파악하고도 왜 고인을 밀착 보호하지 않고 방치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백혈병으로 고통 받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면 삼성전자는 더 이상 책임회피로 일관해선 안 됩니다. 
특히 경찰은 고인이 평소 호소했던 작업환경 문제와 업무상 과실치사의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초일류기업은 수사의 성역이 될 수 없습니다. 초일류기업에 다닌다고 누구나 행복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