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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대 불길한 징조? 어용노조!
| 편집부 | 조회수 1,419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오는 7월이면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다. 현재까지는 초기업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했다면 앞으론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주성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다. 최근 한국동서발전에서 나타난 부당노동행위를 보면 복수노조 시대의 불길한 징조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말 블랙리스트  (성향분석 문건)를 작성했다. 겉과 속이 하얀‘배’, 겉과 속 색깔이 다른‘사과’, 겉과 속이 모두 빨간‘토마토’로 조합원 성향을 구분했다. 회사에 협조하면 배, 반대하면 토마토, 성향이 뚜렷하지 않으면 사과로 분류했다. 
이 회사 조합원이 소속된 민주노총 발전노조에서 탈퇴하는 것에 동의하면 협조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회사측은 민주노총 탈퇴 목표를 세운 후 조합원 성향분석과 회유 그리고 탈퇴공작, 조합원 찬반투표를 밀어붙였다. 결과는‘부결’이었다. 그러자 회사측은 탈퇴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친사용자노조 설립까지 불사했다. 노동부가 조합원 가입대상 중복을 이유로 새 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새 노조는 취소소송도 불사했다. 회사측은 여기까지 예상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문건)를 작성했고, 인사노무자들에게 이를 회람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나타났던 블랙리스트와 어용노조 설립이 다시 부활한 것은 심상치 않다. 오는 7월 복수노조 허용 후 나타날 상황을 연상케 한다. 그것도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금융노조와 같은 대표적인 산업별노조에서 이 같은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이미 홍역을 앓고 있다. 발전노조도 5개 발전회사 직원으로 구성된 단일노조다. 
일본에서는 복수노조 허용 후 강성노조가 와해되고, 친사용자 노조가 등장했다. 노노 갈등이 확대되고, 노조 가입률은 대폭 줄었다. 사용자 지원을 받은 어용노조는 처음 소수에 불과했지만 점차 다수 노조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종전 노조는 와해되거나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이렇듯 노조운동 후퇴기에 도입된 복수노조 허용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복수노조 허용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한국동서발전의 빗나간 노무관리와 부당노동행위를 일벌백계로 바로잡아야 한다. 종전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한국동서발전 회사 경영진과 인사노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7월 복수노조 허용으로 나타날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측이 새 노조 설립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개입하는 풍토는 노노 갈등만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허용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정신 또는 조합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 자주성 보장이 핵심이다. 오는 7월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이런 취지가 실현되도록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