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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의 끝나지 않은 싸움
| 편집부 | 조회수 1,307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조합원 총회가 끝난 지난 23일 오후 홍익대학교에 갔습니다. 미화를 담당하는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잰걸음으로 학내를 돌아다니시더군요. 그들의 손을 거치니 금세 학교가 깨끗해졌습니다. 동료를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손벽 마주치기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십니다. 
“예전에는 동료를 봐도 무심코 지나쳤죠. 오랫동안 한 솥밥을 먹어서인지 이젠 친해졌어요. 인사도 하고 집안 안부도 묻고 그래요.”
현장으로 복귀한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노조와 용역업체들이 잠정합의를 이끌어 냈고,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일 해고 날벼락을 맞은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을 점거농성한 지 49일 만입니다.  
합의 내용을 보니 농성을 해 온 전원이 새 용역업체에 고용승계 됐다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일해도 연장수당을 주지 않았는데 1일 8시간·주 5일제 근무 준수, 연장수당 지급까지 얻어냈더군요. 또 월 70만원 받았던 월급은 약 9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최저임금 이상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들이 받았던 월 9천원의 밥값도 월 5만원으로 올랐답니다. 불과 300원씩 지급됐던 하루 식대비가 2천500원으로 뛰어 오른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청소 1명, 경비 0.5명 노조 전임자까지 확보했습니다.  
그들이 얻어낸 것은 나열된 수치보다 사회적 의미가 더 클 겁니다. 홍익대 본관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농성을 했지만 그들의 소식은 실시간으로 알려졌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전달매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소식을 접했고, 공감했기 때문이죠. 이른바‘저임금 간접고용’의 실체를 보여준 셈입니다. 갈수록‘사기업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의 실상도 알렸습니다. 비록 용역업체가 고용주이지만 우리는 누가 사용자인지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홍익대는 용역업체를 내세웠지만 그들이 실제 고용주이자 사용자였습니다. 물론 지하실, 화장실의 빈 공간에 마련된 휴게실 개선이나 조합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용주 따로 사용자 따로 라는 전근대적 고용형태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구렁텅이에서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새 용역업체에 고용승계 됐을 뿐입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 다시 해고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간접고용이라는 전근대적 고용관행을 근절해야 합니다. 
이미 용역업체나 사내하청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다행히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직이던 청소·경비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청소·경비 업무를 외주위탁 했던 관행을 바꿔 직접 고용하는 것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공공부문에서 외주화나 간접고용 관행을 개선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비용절감의 이득 이상으로 주민서비스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홍익대 고령의 여성노동자의 49일 간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