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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편집부 | 조회수 1,428
난 겨울이 싫다. 추운 날씨 때문에 한 없이 움츠러드는 모습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겨울이 싫다. 
썰매타고 얼음 질 치던 소싯적엔 그나마 겨울이 기대됐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 아니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부터 겨울은 기대보다는 기피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겨울만 되면 유독 노동자를 괴롭히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 그 주된 이유이다.  
돌이켜 보면 겨울은 시련의 계절이자 아픔의 계절이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것도 70년 11월 겨울의 초입이었고, 정리해고를 포함 한 노동법 개악이 96년 겨울 어느 날(12월26일) 날치기 통과되어 차디 찬 태화강 강바람을 맞으며 투쟁해야 했다. 또한 98년 정리해고, 강제 무급휴직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2010년 겨울, 이명박 정권은 새해 예산 날치기 폭거로 노동자 서민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었고, 현대차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파렴치로 이명박 정권의 민중 탄압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안아주고 감싸줘도 모자랄 이 겨울에 오히려 된 서리를 가한 것이다.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누군가는 따뜻한 나들이를 준비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 내 움츠려야만 했던 노동자가 그 주인공이다.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도 마다하지 않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러하고, 타임오프·복수노조를 앞세운 노조 개악법에 맞서 정자본과의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또 그러하다. 
이렇듯 우리 앞에 놓여 진 현안들은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생존권 존립을 위해서도 결코 비켜 갈 수 없는, 그래서 투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자 임무이다. 이 고비를 넘으면 주간연속2교대와 11년 임단투가 우리를 또 기다리고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옷맵시가 살아나듯 3월 춘투를 어떻게 귀결시키느냐에 따라 2011년 투쟁의 향배가 달라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투쟁을 시작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유념하자.
이상규 선전위원 
pooreun7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