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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 편집부 | 조회수 1,632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우렁각시’라는 용어를 아시나요. 전래동화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남몰래 밥을 해놓거나 좋은 일을 하는 여성을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주로 가사도우미를 상징하는 단어로 알려졌습니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산하의 여성일용가사서비스 사업단의 명칭도 우렁각시입니다. 
우렁각시는 과거에 파출부라고 불렸습니다. 최근엔 가사도우미에서 가정관리사로 명칭이 바뀌었죠. 고령 여성노동자의 사회적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가정관리사·간병인·산후관리사·베이버시터 등으로 영역이 확장돼‘돌봄노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이른바 감정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라고 볼 수 있죠. 
혼자 벌어 가정을 챙기는 것이 어려워 요즘 맞벌이 가구가 늘어났지요. 그래서 돌봄노동 중 가정관리사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3배나 성장했습니다. 정부기관 발표에 따르면 가정관리사는 약 10만5천명이라 하나 실제로는 15만명이 넘습니다. 가사·간병·보육 도우미를 포함하면 약 25만명이 돌봄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돌봄노동자가 약 100만명에 육박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만큼 일자리수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의 노동조건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가정관리사의 월평균 소득은 63만원이고, 평균연령은 52.3살입니다. 정말, 홍익대 청소 여성노동자의 복직 전 임금과 너무나 똑같죠. 최저임금보다 못한, 말 그대로 쥐꼬리보다 적은 임금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정관리사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기법에는 이들을 가족의 일부인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탓입니다. 그것도 1954년 근기법 제정당시에 그렇게 규정됐습니다.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근기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던 것이죠. 이러니 가정관리사는 일하다 다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관리사의 고용문제는 이른바 집주인 또는 사용인의 말 한마디에 달렸습니다. 민간직업소개소는 소개료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임금을 떼어갑니다. 
우리 곁에는 이렇게‘노동의 오지’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것도 고령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103주년을 맞이한 여성의 날, 노동의 오지에서 일하고 있는 우렁각시들을 떠올립니다. 이들은 남몰래 선행을 하는 동화 속의 인물이 아닙니다. 분명히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이 땅의 여성의 노동자입니다. 
그들도 이젠 근기법을 적용받아야 합니다.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행히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지난해 말 돌봄노동자에게 사대보험을 적용하는 개정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더군요. 노동자라면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우렁각시들. 여성의 날을 맞아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하면 어떨까요.“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