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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노동 규제가 세계적 트렌드
| 편집부 | 조회수 1,544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지난 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동북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는 사이, 한국에선 경제 5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국에선 사내하도급 활용을 자유롭게 하고 있으니 노동계는 투쟁이슈화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경제단체들은 또 “정리해고가 까다롭고, 강성노조가 있어 고용의 경직성이 높다”며 “제조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사내하도급 사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경제단체 주장대로 외국에선 사내하도급 활용이 대세일까. 과거에는 경제단체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요국가의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외국의 사내하도급·파견실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독일·프랑스 사례를 보니 파견보다 직접고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일본은 지난해 3월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금지하는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최근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 사용을 중지했다. 대신 유기계약노동자(직접고용 계약직)를 공정에 투입했다. 사회문제화된 파견노동자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리콜을 불러온 도요타자동차 사태도 변화의 주요요인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상시적 업무에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 단, 개별 기업은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인원을 직접생산공정에 투입한다. 르노자동차사의 경우 파견직 상한선이 정규직 대비 6% 정도다. 파견직은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적용받는다.  
독일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독일에선 파견근로에 대해 제한이 없다. 그런데 독일은 노사정 합의모델로 파견노동 또는 고용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사와 볼프스부르크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90년대 중반 60주년을 맞이한 볼프스부르크시는 지역 내 대표적 기업인 폭스바겐사와 새 회사를 설립한다. ‘볼프스부르크사’다. 부품단지개발·학교·과학센터·문화체육시설에 안정적인 인력공급을 담당하는 회사다. 우리식으론 지역맞춤형 일자리를 구직자에게 연결해주는 종합고용서비스회사다. 폭스바겐은 자체적으로 ‘오토비전’이라는 인력파견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볼프스부르크사와 오토비전사 소속 파견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과 차이가 없다. 독일 금속노조의 산별협약이 적용된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혜택을 받는다. 폭스바겐은 또 파견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2천200여명의 파견직을 정규직화 했다. 이는 인력공급의 안정성과 고용의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듯 파견노동은 세계적 트렌드가 아니다. 주요국가에선 이미 과다한 파견노동 사용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규제에 나서고 있다. 경영계와 정부는 더 이상 외국사례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법원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해 철퇴를 내린 만큼 이를 시정해야 한다. 이쯤되면 경영계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 불법파견을 시정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이 세계적 트렌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