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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협상의 기본전제
| 편집부 | 조회수 1,446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된 지 9개월여 지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전임활동에 대한 근로시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100인 이상 기업 2천30곳 가운데 83.3%(1천691곳)가 타임오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집계대로 라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산하 지부·지회 180곳 가운데 3%만 타임오프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83% 대 3%. 정부와 노동계의 조사결과가 이같이 극과 극으로 나타난 이유가 뭘까.  
우선‘조합비 인상’을 통해 현행 전임자임금을 보전한 방식이다. 노사가 타임오프 상한선대로 합의한 후 노조가 조합비를 인상해 무급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아차 노사는 보전수당에 합의했고, GM대우차 노사는 가산상여금 인상에 합의했다. 두 노조는 이 수당만큼 조합비를 인상했다. 단, 노조전임자는 타임오프 전임자(회사측 지급)와 무급전임자(노조측 지급)로 구분됐다.“사실상 현행 전임자수를 유지해 타임오프를 무력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또 하나의 방식은 이른바‘이면합의’다. 노사가 타임오프 상한선대로 합의한 후 이를 노동부에 제출하되 별도의 합의를 한 것이다. 이러니 노동계와 정부의 타임오프 실태집계가 다른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대형사업장에 국한된다. 대다수 사업장은 타임오프 시행 후 노사관계가 매우 불안정하다. 노사 자율결정이라는 종전의 관행을 깡그리 무시하고 타임오프를 강행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5년간 무분규 사업장이었던 KEC의 경우 회사측이 타임오프를 밀어붙여 갈등을 촉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조합의 무기인‘단체협약’이 타임오프 시행을 계기로 사용자의 무기로 돌변한 것이다. 
타임오프를 도입한 외국의 경우 근로시간 면제한도를‘하한선’으로 정한다. 나머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니 합리적이다. 사업장 규모·지역별 분포를 반영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정할 수 있다.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상한선으로 정한 우리와 다르다는 얘기다. 타임오프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이유다. 
이제 완성자동차 4사 가운데 타임오프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현대자동차뿐이다. 지난해 기아차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상주하면서 정부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차 노사교섭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불필요한 개입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노사의 자율적 교섭을 봉쇄할 뿐만 아니라 노사갈등만 조장하기 때문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전임자수를 정해 온 관행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노사 간 오랜 교섭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이나 제도에 앞서 노사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현대차 노사는 자율적으로 정해 온 관행을 존중하는 바탕 하에 새 제도인 타임오프를 논의해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