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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자살 느는데 개인 탓만 하는 나라
| 편집부 | 조회수 1,525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에서 투신자살한 고 김주현씨는 30일 현재 75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하루 12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업무상 스트레스 탓에 정신질환(우울증)을 겪었다고 하더군요. 회사측은 휴직 중이던 김씨의 업무복귀를 강행했습니다. 
김씨는 이를 견디지 못해 공장 기숙사에서 자살시도를 했고, 회사측 경비원이 이를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살을 끝내 막지 못했습니다. 유가족은‘회사측이 자살을 방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회사측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회사측은 이를 핑계로 유가족의‘회사측 공개 사과’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자살의 원인임에도 행정당국에선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러니 유가족은 넉 달 가까이 김씨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0년 후 OECD 회원국 평균 20% 이상 자살률이 줄었는데 우리나라만 무려 172.2%나 늘어났습니다.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자살한 이들은 1만5천413명, 하루 평균 42명이나 됩니다. 정리해고 후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경우 총 14명 노동자 가운데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구조조정 퇴출자의 자살률은 일반인 평균에 비해 23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살률은 경기변동과 연관돼 있습니다. 정리해고 광풍이 불었던 외환위기 후에 자살률은 대폭 늘었습니다.  회사를 쫓겨나거나 취업조차 할 수 없어 비관한 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반면 버젓이 회사에 다니면서 급작스레 죽음을 선택한 이들을 보면 의문부터 듭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나도 겪을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 김주현씨 사례가 그렇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의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례는 일본에서 흔하다고 합니다. 
이른바‘과로자살’입니다. 일본에선 최근 과로자살이 년간 100여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산업재해로 인정한 사례가 그렇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로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산업재해로 보상받은 사람은 연간 20여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자살은 별도로 집계하지 않습니다. 반면 자살(정신질환)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은 매년 50-60건씩 제기됩니다. 이렇듯 업무상 관련 있는 정신질환을 앓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고 김주현씨의 자살사건에 대해 삼성전자와 정부당국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삼성과 정부당국은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과로에 의한 정신질환을 겪다가 죽음을 선택한 이들에게 개인의 탓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사업장에선 스트레스 관리를 시스템화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