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조

TOP
전체신문보기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밀실협상 안 된다
| 편집부 | 조회수 1,469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노사정 간의 물밑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올해 2월 고등법원이‘사내하청 노동자도 현대자동차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판결이 나온 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에 대해 검토했다. 노·사 양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최근 공익위원이 검토한 초안이 공개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준용된다. 이 법에 근거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최소 30일 전에 근로계약 종료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원청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폐업된 사내하청 노동자도 자동으로 해고되는 악순환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해고될 경우 해고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활동 보장방안도 가이드라인 초안에 포함됐다.‘노조 설립·가입, 정당한 노조 활동 및 쟁의행위를 이유로 사내하도급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부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가 있는 사내하청 회사에 대해 원청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또는 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사항은 노조 가입 또는 설립을 봉쇄해 왔던 사내하청 회사에게도 해당된다.  
불법파견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혼재해 작업하거나 교대제 운용 또는 결원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명시됐다. 단, 이 규정은 노사의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키지 말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노사정위 내에선 이 가이드라인 초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노사정위 산하 노동시장선진위 차원에서 전문가 초청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노·사 양측은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가이드라인이 자칫 규제처럼 여겨질 수 있어 인력활용의 경직성이 심화돼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법적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은 한계가 많다”며“사용자들이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노사정위원회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시도는 매우 의미가 있다. 대법원 판결 후 고용노동부는 옛‘사내하도급 판단지침’으로 실태조사를 했으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반영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문제는 노사정위가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 논의자체를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에서 검토된 가이드라인 초안은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내하도급 논의는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산업현장에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밀실협상으로 처리돼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 취지와 달리 자칫 노사정위 논의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너무나 단순하다. 사내하도급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위해 사회적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