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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공동투쟁의 추억
| 편집부 | 조회수 1,446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1996년 12월 26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새벽 6시에 노조법 개정안과 안기부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날이다. 다수당의 폭거였다. 노조법에는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파견근로제가 포함됐다. 경영계의 요구만 반영된‘개악안’이었다. 
양대 노총은 즉각 총파업 지침을 소속 노조에 내렸다. 파업으로 시작된 반대투쟁은 해를 넘겼고, 파업의 동력을 유지하고자 양대 노총 위원장은 결단을 내렸다. 양대 노총 공동투쟁과 공동집회를 추진하는 일이다. 역사상 첫 양대 노총 연대투쟁의 닻을 올린 것이다. 97년 초 공동기자회견과 공동집회가 이뤄졌고, 양대 노총 위원장은 집회 단상에 함께 올라 연대를 과시했다. 
양대 노총의 공동투쟁,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들끓는 국민여론에 밀려 김영삼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개악된 법 재개정도 약속했다. 사실상 항복선언을 한 것이다. 이렇듯 양대 노총의 첫 공동투쟁은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이후 양대 노총은 주 5일제 협상, 비정규직법,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공조를 했지만 불신만 쌓았다. 특히 지난 2006년 비정규직법, 노조법 논의과정에서 정부와 경영계와 합의한 한국노총 지도부는 항의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이 구속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공조의 사회적 파급력은 컸지만 끝내 양대 노총은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럼에도 양대 노총 위원장은 지난 25일 공동시국선언을 발표했다.“이명박 대통령은 민생불안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내각 총사퇴 등 국정쇄신 작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개악된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09년 6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반대해 공동기자회견을 연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이번에 공동시국선언을 하면서 양대 노총의 공조는 다시 시험대에 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현장 노조간부들은‘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전주시내버스 파업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양대 노총 간에는 시각차와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법 개정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회, 완강한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기 위해 양대 노총의 공조는 필요하다. 물론 양대 노총이 공조하더라도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1 노동절 집회 후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협상 틀의 구성여부도 단언하기 힘들다. 오히려 노조법 재개정은 2012년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공간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양대 노총의 공조는 그야말로 공조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정책 공조를 넘어‘공동투쟁’으로 확대돼야 한다. 김영삼 정권의 날치기 노동법에 반대하는 공동투쟁을 일궈냈듯이 이명박 정부의 반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공동투쟁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논의하는 국면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양대 노총 위원장의 공동기자회견은 그 투쟁의 포문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비아냥거림처럼“철 지난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