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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MB 연설’중단해야
| 편집부 | 조회수 2,210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영화‘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 왕의 장애 극복기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있지만 마이크 앞에 서면 말을 심하게 더듬는 영국 왕 조지 6세와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와의 우정을 다룬다. 또 영국 왕실의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을 앞둔 시대상황도 담겨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왕의 라디오 연설이다. 왕의 라디오 연설은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을 겪는 영국 국민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또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라디오 연설은 영화 킹스 스피치의 그것과 많은 점에서 대비된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공영방송인 KBS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방송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연봉 7천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평균 2천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다. 그 세 배 이상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사실을 왜곡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왜곡된 주장이나 보수언론의 오보를 수정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공개된 유성기업 급여 명세표에 따르면 8년차 노동자의 월급은 세금과 보험 포함해 평균 251만원이다. 퇴직금을 포함해 계산해도 어림잡아 연봉 3천만원 수준이다. 그것도 연장근로 30시간, 휴일특근 15시간을 해야 이런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발언대로 연봉 7천만원이 되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 노동자들이 연장근무와 특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유성기업에서 이런 수준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는 극소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배부른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것인양 유성기업 노동자의 파업을 호도했다. 연봉을 많이 받는 노동자는 헌법에서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2시간 부분파업을 했을 뿐이다. 노동법에 따라 쟁의조정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져 합법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밤에는 잠만 자자’라는 주간연속 2교대와 월급제 시행을 요구했다. 노사가 2009년에 합의해, 올해부터 시행키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공격적 직장폐쇄로 응수했다. 이어 정부는 경찰력 투입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는 이런 사실은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부당한 경찰력 투입을 옹호했다. 회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 더듬이 왕 조지 6세가 라디오 앞에 섰던 것은 유럽 전역을 침공한 히틀러의 독일에 맞서고자 함이었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는 그런 진정성은 배여 있지 않다. 국민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중단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물가고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