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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 미친 등록금 그리고 촛불시위
| 편집부 | 조회수 2,217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반값’마케팅이 상종가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탓이다. 최근 대형 할인점에선 반값 한우가 인기다.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린다. 없어서 못 판다. 물가가 올라 소비를 줄인 가계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지난 2년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은 올해 대폭 올랐다.  대학 등록금이 하도 올라 이젠 소 팔아도 감당이 안 된다. 아버지가 농부이거나 서민인 대학생은 부모님만 믿고 공부할 수 없는 시대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도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납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의 열의 아홉은 학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성적 장학금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다. 결국 성적 장학금은 부자 아버지를 둔 대학생만 차지한다.‘장학금은 강남 아이들의 차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학이 이 지경이니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에 나선 것 아닌가.‘미친 소’에 이어‘미친 등록금’에 맞서 들불처럼 촛불시위가 번지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로 촉발됐던 촛불집회를 연상하게 한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총회를 열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만 어깃장을 놓기 일쑤다. 
1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세상에 어떻게 공짜로 전 국민을 공부시키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질문이 너무나 삐딱하거니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도 가관이다. 그는“복지 포퓰리즘은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에 재정 주무부처로서 단호히 경계하고 있다”며 반값 등록금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전에 입을 맞춘 듯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술 더 뜬다. 이 대통령은“서두르지 마라”며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이 대통령에 대해 입이 다물어진다. 이러려면 뭐 하러 대통령 선거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정부와 여당의 인식이 이러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소득 하위 50%까지 차등해 장학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여입학금제 도입도 검토됐다. 앞서 살펴봤듯이 부자 아버지를 둔 대학생만 받는 것으로 장학금제도가 변질되고 있는데도 이를 살피지 않은 것이다. 
불가입장을 밝힌 정부나 장학금 지급으로 논란을 잠재우려는 여당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등록금 문제는 교육철학의 문제다. 대학교육은 시장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공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부가 대학재정의 절반을 부담한다. 한국은 민간부담률이 80%에 이르기에 등록금이 해가 갈수록 올라가는 구조다. 이를 바꿔야 한다. 등록금이 인하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겠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재원을 투자하되 대학에 대한 공적개입을 강화하면 사립대학의 투명성과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대학생의 촛불시위에 적극 지지하고 동참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