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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권 보장은 허구, 교섭권만 무력화
| 편집부 | 조회수 2,338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다음달에는 합법적인 복수노조가 등장한다. 다음달 1일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노조 설립신고서가 접수되면 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새 노조가 설립신고서를 내면 노동부나 행정관청은 3일 이내 신고필증을 내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설립신고서를 내더라도 행정관청은 서류 보완을 이유로 신고필증 교부를 연기할 수 있다. 최장 20일이다. 
문제는 복수의 노조들이 요구하는 단체교섭은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설립됐거나 설립돼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단체교섭을 개시한 사업장의 경우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지난 5월에 단체교섭 상견례를 했고, 실무교섭을 벌이고 있는 노조라 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무조건 보장받지 못한다. 일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노조가 사용자측에 교섭요구를 하고, 사용자측이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도록 돼 있다. 사용자측은 교섭요구노조를 7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사용자측은 교섭요구노조를 확정 공고한다. 이 기간에 교섭요구를 하지 못한 노조는 창구단일화 절차에서 제외된다. 교섭권이 박탈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설계된 창구단일화 절차에선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단체교섭 중인 노조가 복수노조 시행일인 다음달 1일에 교섭요구를 하고, 사용자측의 공고기간이 끝나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가 확정된다. 
이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유효기간인 2년 동안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보장되며, 임금교섭에서 같은 지위를 갖는다. 이렇게 되면 새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교섭권은 원천적으로 박탈된다. 새 노조에게 설립필증이 교부되는 기간은 빨라야 4일, 길어지면 20일 걸리는 탓이다. 그 전에 기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 공고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노동계에선 복수노조를 대비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으라는 지침까지 냈다. 사용자들은 교섭중일 경우 새 노조의 교섭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만들 정도다. 
둘째, 교섭중인 노조에게도 피해가 막심하다.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온 노조의 입장에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으라는 노동부의 해석은 날벼락과 같다. 박차를 가해 온 단체교섭을 일시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요구를 한 노조도 적게는 7일간 교섭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다. 복수노조가 설립되면 창구단일화 절차는 더 길어진다. 최장 70일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단체교섭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소수노조의 교섭권 박탈, 교섭중인 노조의 교섭권 무력화는 이미 지적됐었다. 이럴 바에는 창구단일화 제도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인수합병에 따라 복수노조가 허용된 사업장의 경우 자율교섭이나 노노 간 공동교섭단 구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런 관행이 있음에도 굳이 창구단일화 절차를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