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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작지만 소중한 것
| 편집부 | 조회수 2,119
노동운동이랍시고 활동한지 꽤 됐지만, 고쳐지지 않는 몹쓸 버릇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가‘조합원이 얘기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좋지 못한 이 버릇은 내가 조합원보다 의식 수준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내가 아는 것만큼 조합원도 알고 있다는 사실, 내가 모르는 것도 조합원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조합원은 다만 표현을 잘 안 할 뿐인데 운동의 원칙이니 대의니 하며 곧잘 무시하곤 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노동조합과 현장, 노조간부와 조합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도 따지고 보면 나 같은 부류들이 있는 까닭일 것이다. 노동조합과 활동가가 타임오프와 임단협이라는 큰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조합원 다수는 이외에 현장의 작은 것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이를테면 공장내 소음문제, 냉방문제, 작업공간의 문제 등 현장과 밀접한 것들이다. 활동가가 사소한 것이라 치부하는 것을 조합원은 어쩌면 더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평소 노동조합 전반에 관심이 많은 동료 조합원이 이런 얘기를 전한다.“공장이 무지 시끄럽지 않아요?”“시끄러워서 동료와 대화는 고사하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플 지경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입사한지 20년을 훌쩍 넘겼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터라 별스럽지 않게 넘기고 말았다. 
당연히 공장은 시끄러운 거야 라는 편협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공장 내 소음을 확인해보니 동료 조합원이 말한 것처럼 문제가 심각했다. 소음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두통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마개를 하면 정도가 낮아지기는 하지만 소음으로 인한 페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그 피해는 집으로 까지 이어진다. 십수년을 소음에 노출 돼 잘 들리지 않는 탓에 목소리가 저절로 커지게 되고 tv볼륨을 높이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진다고 한다.
 비록 소음의 문제가 화제가 돼 이런 글을 쓰게 되지만 앞서의 경우처럼 그 동안 우리가 “대수롭지 않은 거야” 라고 치부하는 순간, 조합원은 얼마나 절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새삼 느끼지만 조합원은 노동조합과 활동가에게 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현장의 작은 목소리마저 소중히 여기는 기풍을 되살리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것이 모아지면 타임오프이건, 임단협이건 승리할 수 있는 기운은 저절로 충족된다고 얘기한다. 작지만 소중한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과 활동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덕목이다. 
선전위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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