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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앞서는 복수노조 시대
| 편집부 | 조회수 2,183

박  성  국
매일노동뉴스 대표

복수노조 시대가 개막됐다. 5일 현재 112개 노조가 설립신고를 마쳤다. 
복수노조 설립 추세를 보면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설립신고서를 낸 노조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복수노조 허용 후 1년 동안 복수노조 사업장은 7~14% 수준으로 내다봤다. 전체 노조(4천689개) 기준으로 1년 내에 약 350~650개의 신규노조가 설립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규노조는 1년 내에 550~1000개(12~2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복수노조가 등장한 곳은 대부분 양대 노총 가맹 사업장이다. 한국노총보다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분화된 노조가 많았다. 노조수는 늘었다고 하나 양대 노총 간 치열한 조직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셋째, 이날까지 무노조 사업장에서 노조가 설립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설립됐다.‘삼성과 포스코에 노조 깃발을 꽂겠다’는 양대 노총의 공언은 공염불이 됐다. 넷째, 기존 노조에서 분화하거나 새로 설립된 노조 10곳 중 8곳의 조합원수가 10명 미만이다. 
노동자의 단결권을 확대한다는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를 고려할 때 새로 설립된 노조수가 예상보다 많은 것은 좋은 징조다. 노조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높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10.1%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의 향상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로 설립된 노조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양대 노총 소속에서 분화된 노조가 대다수인데다 노조원수도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다. 기존 노조에 불만을 제기하며 설립된 노조도 있지만 사용자가 지원하는 노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섭권을 둘러싼 노·노 간,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는 건 불 보듯 뻔해지고 있는 셈이다. 
노·노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무노조 사업장에서의 노조설립 사례가 극히 적은 것은 치명적이다. 노동계의 조직 확대 전략이 무노조 사업장보다 기존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치우쳐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설계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다. 신규노조는 대부분 소수노조여서 자력으로 교섭권을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합원 다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노조별로 개별교섭을 할 수 있어도 동의하는 사용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수노조의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존노조도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핑계로 단체교섭을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확정된 교섭대표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며 교섭을 회피하는 사용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별노조가 설립신고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핑계로 교섭중단을 통보한  금속노조 엔텍지회는 대표적 사례다.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소수노조에게나 기존노조에게나 이래저래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예상을 웃도는 신규노조 설립을 노조운동의 재활성화로 해석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