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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아워의 목적은 생산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닌 노동조건 개선에 있다
| 편집부 | 조회수 12,788
유럽에서 맨아워는 노동시간 뿐 만 아니라 임금과 작업조직의 기준으로 작용
근추위 노사 맨아워 위원들이 지난 6월 16일부터 29일까지 3차로 나뉘어 독일과 체코, 슬로바키아를 경유하는 유럽 맨아워 실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이번 벤치마킹은 선진국의 사례를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맨아워 기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맨아워 자문위원 백승렬 교수는 1차 벤치 마킹팀과 동행하여 독일의 맨아워 전문가 콘라드 지겔의 세미나에 참석하여 독일에서 맨아워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에 대한 4시간에 걸친 교육을 수강하였고 이를 간단히 정리하여 조합원들고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1. 독일 맨아워 전문가의 세미나
독일 방문 첫날 독일 금속노조 소속의 맨아워 전문가인 콘라드 지겔을 초빙하여 4시간여에 걸쳐 독일에서 맨아워 산정체계에 대한 기술적 사항과 노동조합 입장에서 맨아워를 바라보는 정책이라는 2가지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1차 방문팀에는 콘라드 지겔이 혼자 교육을 진행하였고, 2차와 3차 방문팀에는 콘라드 지겔과 독일 MTM협회 컨설팅 담당 사장이 참여하여 기술적 분야와 정책적 분야를 나누어 교육을 진행하였다.
콘라드 지겔은 1971년 독일 중부의 맨하임이라는 지방의 자동차 부품업체에 입사하여 1973년부터 사업장평의회(한국의 노동조합 지부에 해당)의 임금협상위원으로 시작하여 독일 금속노조 소속으로 다양한 경력을 쌓은 맨아워 전문가이다. 초창기 독일 금속노조가 맨아워 기준에 MTM기법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금속노조 소속의 전문가들을 이끌고 독일 MTM협회와 공동으로 MTM-UAS, MTM-MEK등 독일 실정에 맞는 기법을 개발하는데 실무 책임자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에는 독일 REFA협회와 공동으로 노동자 중심의 임금체계와 작업조직을 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독일형 임금체계를 확립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독일 국내의 노동조합 현장위원을 상대로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진출한 자동차 회사의 노동조합을 상대로 MTM 교육을 진행하는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전문가이다.  
2.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바꾸는 맨아워 기준
독일에서 사용자들이 MTM기법을 도입하려고 시도할 1973년 당시에는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스톱와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처음에 MTM기법이 생산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기법으로 인식되어 사용을 거부하였으나 보쉬등 몇몇 부품회사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한 MTM기법이 오히려 스톱와치법보다 생산시간을 늘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숙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스톱와치법보다는 MTM기법의 사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노동조합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금속노조 차원에서 본격적인 도입을 진행하였다.
독일 금속노조에서 MTM기법을 도입할 당시 몇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로는 맨아워(표준 작업 시간)은 생산시간 단축의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강조하였고 두 번째로 작업환경 개선등 노동조건 개선에 회사가 적극 투자한다는 조건을 강조하였다. 
이 조건을 지키기 위하여 맨아워 산정시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아닌 해당 작업자가 자신의 맨아워를 같이 산정하고 확인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마련하였다. 해당 작업자가 자신의 맨아워를 산정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신의 노하우등을 요소동작에 포함시켜 안정적인 생산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노동조합측에는 현장위원을 선출하여 맨아워 산정에 대한 이론적 학습은 물론 지속적 교육을 통하여 최근에는 신차 설계에 회사측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참여하는등 높은 수준에서 맨아워 수립에 관여하도록 하였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축적된 노하우를 설계에 반영시키는 계기가 되어 조립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시간에 쫓기는 생산이 아닌 제대로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작업시간 확보에 기틀이 되도록 하였다. 
3. 독일 환경에 맞는 맨아워 기준 마련
MTM기법은 미국에서 개발된 맨아워 산정 방식이다. 독일의 사용자들은 미국에서 개발된 MTM기법을 그대로 독일에 적용하려고 하였으나 독일 금속노조에서는 현지의 문화와 환경에 맞는 기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독일 MTM협회와 공동으로 새로운 맨아워 기준을 개발하였다. MTM-UAS, MTM-MEK로 대표되는 이러한 기법들은 미국에서 개발된 기법들이 노동시간을 최적화 하는데 주안점을 둔데 반하여 작업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독일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이동, 쥐기, 돌리기등 기본적인 동작을 구분하여 놓고 이를 수행하는 시간을 사전에 확정하여 합산하는 형식은 모답스 방식과 유사하나 동일한 동작이라도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추가되도록 개발하였다.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추가되는 방식은 손목을 꺽거나 허리를 비트는등 자세에 따라 시간이 추가적으로 부가되고, 부품을 집을 때 잡기 어려우면 시간이 추가적으로 부가되고 부품의 무게가 무거우면 시간이 추가적으로 부가되는등 작업조건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도록 설계되었으며 정밀도가 높아지거나 조명상태등 각 동작을 수행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에 따라 시간을 부가하도록 개발되었다. 이는 작업환경이나 조건이 열악할수록 작업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많은 인원이 투입되도록 하고 작업환경이나 조건이 좋을수록 적은수의 작업인원이 투입되게 되어 노동자에게는 노동강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이고 사용자에게는 작업환경이나 조건의 개선을 강제하게 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자동차 공장들은 매우 깨끗하고 밝은 작업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업공간의 높낮이등이 노동자에게 맞춰져 있어 작업성이 상당히 좋은편이다. 이는 지속적인 작업조건과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사의 인식이 작업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도록 개발된 맨아워 기준에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임금체계와 작업조직의 변화
맨아워 기준은 단순히 인원을 투입하는 기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와 작업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MTM기법을 도입한 독일 회사 대부분이 작업조건 개선을 통하여 공수를 줄여 나가고 있고 이는 생산량 증가라는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생산량이 증가하면 노동강도가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생산량이 증가해도 노동강도가 늘어난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업조건과 환경이 개선되고 이에 따라 작업부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줄어든 작업부하 만큼 일을 더할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이러한 여유만큼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나도 실제 노동강도는 생산량이 늘어나기 이전이나 이후가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늘어난 생산량 만큼 회사의 수익도 늘어나게 되고 이를 성과급 형태로 재분배 하게 되어 임금도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임금의 재분배를 위하여 맨아워 기준과 연동되는 임금체계를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맨아워와 연동되는 임금체계는 생산량 증가등 수익증대에 따른 재분배와 작업조건 및 환경이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 열악한 조건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따르는 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성과급 제도를 잘못 활용하게 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성과급은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팀단위로 성과를 측정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혼자 과도한 노동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팀단위로 성과를 측정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였다. 
또한 팀 구성을 조립, 물류, 품질등 업무내용에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일정 구역내에서 활동하는 전 직군을 상대로 팀을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는 예를 들어 조립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물류와 품질등의 지원이 필요한데 조직이 다르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현재 독일에서는 1970년대 맨아워 산정기준이 노동조합 중심의 MTM기법이 도입된 이후 표준작업시간은 물론 임금체계와 작업조직까지 맨아워 산정기준과 연동되도록 재편되고 있다.    
5. 공수 감소로 인한 고용불안은 없다
노조측 맨아워 위원의 질문중 가장 민감한 하나는 맨아워 산정기준으로 인하여 작업조건이 개선되고 공수가 줄어들게 되면 결국 투입 인원이 줄어들게 되고 고용이 불안해 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독일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자신이 기술지원한 노조에서 항상 나오는 질문이며 매우 당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MTM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질문이라고 대답했다.
공수가 줄어들면 투입인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줄어든 만큼 조금 더 다른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결국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지 인원을 줄여 생산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늘어난 생산량 만큼 성과급 형태의 재분배를 통한 실질 임금의 상승효과를 볼수 있어 노동자 측에서는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늘어난 작업량은 작업개선으로 인한 공수가 줄어든 만큼 늘어나는 것이므로 실질적 노동강도의 변화는 없으면서 임금이 늘어나는 효과라는 것이다. 더욱이 줄어드는 공수가 많다면 새로운 제품이나 옵션사양을 추가 투입하게 되어 오히려 인원 역시 추가적으로 투입하게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경기침체나 시장 축소로 인해 생산을 감축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고용안정 논리는 불가능 하지만 독일 금속노조는 시간계좌제, 다양한 패턴의 교대제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어 고용에 대한 문제는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6. 해외진출과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맨아워
독일 금속노조에서 현재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해외공장으로 물량이 빠져나가는 것과 일본, 한국등 후발주자들의 시장잠식으로 인한 독일내 생산물량의 감소이다. 특히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오면서 해외공장으로 빠져나가는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사업장평의회(한국의 기업지부 형태)차원에서 해외공장 노조 조직화 사업등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MTM기법을 통한 생산방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인하여 물량감소에 대한 걱정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의견이다.
해외공장 어디를 가도 독일내 생산공장 만큼의 품질과 신뢰성을 가진 차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는 MTM기법으로 지속적인 생산방식의 개선과 생산암묵지(노하우)를 반영한 작업설계가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주관한 현지 전문가는 본인이 직접 MTM기법을 도입하는데 노동조합측에 기술지원한 회사가 50개 회사에 이르며 대부분의 회사가 기법 도입이후 생산량과 매출, 조합원수가 대폭 늘었다고 자랑하였다. 단 1개 회사가 MTM도입을 시도하다 실패하였는데 이 회사는 결국 도산하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7. 맨아워 벤치마킹에 대한 단상
- 현장실측을 통한 맨아워 기준 마련
독일은 노조가 주도하여 독일 현실에 맞는 맨아워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현대차는 아직 현장 실측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맨아워 기준이 아닌 회사가 주장하는 모답스 공법을 통한 맨아워 기준이 계속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현장 실측을 통해 현대차의 실정에 맞고 노동조합의 의견이 반영된 맨아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
유럽 맨아워 벤치마킹에 참여한 위원들은 저녁시간에 늦은시간까지 맨아워에 대한 토론을 하며 많은 관심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하였다. 독일 강사의 의견으로는 필요성을 이해 하는데 최소 6개월의 교육 시간이 소요된다고 함으로 맨아워 위원을 비롯한 현장 의견그룹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맨아워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집행단위와 상관없이 유지될 수 있는 맨아워 위원회의 구성이 관건인 것으로 생각된다.
-시간단축이 아닌 효율성 증대를 위한 맨아워 인식 제고
독일 강사의 결론으로 제시된것은 독일 맨아워의 기본 이념은 시간단축이 아닌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주어진 시간내에서 수행하는 작업이 최대한 우수한 품질과 신뢰성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수행되게 하는 작업설계이고 이를 지원해주는 작업방법 개선과 작업환경 개선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모답스공법은 구조조정을 위한 도구 혹은 공수를 줄이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법을 도입하여 맨아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 해소
노동자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맨아워의 정착을 위해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고용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서는 고용에 대한 교섭구조를 현장 대의원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지부차원에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는 일정한 수준에서 고용을 보장한다는 선언적 활동이 필요하다.
- 주간연속2교대에서 노동의 인간화로 목표 전환
주간연속 2 교대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시작되었으나 어느새 교대제 완성이 목표인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도요타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심야시간대에 잔업을 무한 연장할 수 있고 주말 특근에 대한 고려가 없는등 완성도 높은 교대제 형태는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의 인간화를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써 교대제 변화에 대한 논의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 할 듯 싶다. 
 독일등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가동시간 확대라는 노사 양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여 고용확대와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다양한 교대제 논의가 바람직하다.
- 객관적이고 노사 양측의 신뢰성있는 전문기관
노조 및 대의원을 포함한 현장 조합원들은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모답스 기법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MTM협회와 REFA협회를 통하여 노사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역할은 초기 맨아워 교섭의 기술지원 및 맨아워 위원 교육의 업무를 수행하고 신차개발등 보안과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단계에서 자료검토등을 통하여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상으로 맨아워 위원들의 유럽 벤치마킹에서 이루어진 세미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밤새 이루어진 토론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단상을 정리해 보았다. 유럽에서 맨아워는 이미 고용과 임금, 근무형태를 포괄하는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노조의 현장활동에 빠질수 없는 핵심사안으로 역할매김 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독일 금속노조의 맨아워에 대한 노력이 다양한 파급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지부도 현장 대의원을 중심으로 한시적, 파편적으로 이루어지는 맨아워 교섭을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체계화 시키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맨아워 체계를 개발함으로써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은 물론 고용의 안정을 확보하는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