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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 민주노총 결의대회… 경찰 40개 중대 배치, 차벽으로 정문 차단
| 현자지부 | 조회수 2,184

“조남호 회장, 열사 외면 말고 당장 나와라”
2일 부산 민주노총 결의대회… 경찰 40개 중대 배치, 차벽으로 정문 차단
열사 시신, 사수대 침탈 우려… 사측, 생활관 폐쇄, 음식물 반입 저지
2013년 02월 02일 (토)  

나흘째 최강서 열사의 시신이 아스팔트 위에 임시 안치되어 있고, 유족과 노동자들이 음식과 생필품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열사를 지키고 있다.

경찰은 2월2일 공장 안에 최소한 필요한 물품을 넣겠다는 노조의 요구에 차벽을 세우고 최루액을 살포하며 막아섰다. 경찰은 민주노총 결의대회 전날 저녁 집회 불허 통보를 하고, 2일 한진중공업 정문 앞을 차벽으로 막았다. 이날 한진중공업에 경찰 40개 중대가 배치됐다.

2월2일 오후 2시 30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1월3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긴급하게 결정된 결의대회였지만 전국에서 1천5백 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투쟁을 벌였다.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내내 공장 안 동지들과 유족은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실에서 밖을 지켜보며 함께 구호를 외치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전했다.

공장 안에서 최강서 열사를 지키고 있는 열사의 부인은 전화를 통해 “이대로라면 몇 달이 지나도 장례 치르지 못할 것 같아 유가족들이 결정하고 정문 앞으로 오려고 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유가족은 물론이고 관에도 최루액을 뿌렸고 결국 관 뚜껑이 조금 열리고 훼손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고 열사를 옮기던 당시 상황을 말하며 분노했다.

부인은 “이재용 사장님은 어제 시신이 광장에 있는데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용역에 둘러싸여 정문을 나갔습니다. 이것이 유족에 대한 애도입니까”라고 토로하며 회사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자고 호소했다. “조남호 회장님, 이재용 사장님, 제발 좀 만나주세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만나야 하지 않습니까. 용역과 경찰 앞세워 피하려고 하지 마세요. 낮이고 밤이고 만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장 안에 있는 차해도 지회장도 “사측은 공장 안에 용역을 늘려 배치하고 있고 식당과 생활관을 폐쇄하면서 우리 투쟁을 고립시키고 있다. 검찰에 고소고발해 지도부가 출석요구서도 받은 상황이다”라고 회사의 대응을 폭로했다. 차 지회장은 “공장 안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24시간 침탈에 대비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자가 당장 나서라. 회사가 응하지 않는다면 결코 투쟁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최강서 열사에 대한 미안함만이 아니라 열사의 한을 제대로 풀겠다는 각오를 하자”며 “설 전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결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철 노조 위원장은 “서른다섯살 노동자가 정리해고 때문에 죽고, 서른일곱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돼 죽었다”며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외쳐도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삶 바꾸지 않는다면 소용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두려운 것은 동지가 죽었는데도 우리가 관성적으로 돼가는 것”이라며 “투쟁해서 동지들이 더 죽지 않도록,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국가권력과 싸우자”고 강조했다.

결의대회 도중 대표단이 시신 보존을 위한 드라이아이스와 공장 안 동지들을 위한 이불과 음식물 등 생필품을 반입하기 위해 공장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표단과 결의대회 참가자들을 막아서며 최루액을 뿌렸다. 1시간이 넘도록 경찰과 대치한 뒤에야 대표단만 물품을 가지고 경찰 차벽 안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 물품을 전달하고 유가족을 만나려는 대표단을 막아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 시신 훼손을 막기 위해 관을 열고 드라이아이스를 그 안에 계속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매번 그 상황을 지켜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신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는 냉동 탑차를 넣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냉동차 반입은 이날도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물품을 전달하겠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한 명이 연행됐고 참가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해 한 시간만에 풀려났다.

한편, 사측은 공장 안에 용역을 배치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공장 안 대오는 지회 사무실 근처 건물에 용역 40명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본관 건물로 몰아냈다. 공장 외부에 경찰이 계속 배치돼 있고 공장 안에 용역까지 투입돼 있어 열사 시신과 사수 대오에 대한 침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장 안 사수대는 24시간 대기하며 시신을 지키고 있다. 갑작스럽게 공장 안 농성을 벌이는 상황이라 음식과 생필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수대를 위한 물품 반입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신 보존 조치와 농성자 생존을 위한 음식물, 의약품 제공 등 구제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농성자를 위한 음식물 반입은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더이상 죽이지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도 결의대회에 앞서 한진중공업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남호 회장이 나서서 158억원 손해배상 청구 취하와 유족에 대한 사과 △박근혜 당선자가 입장 밝힐 것과 빈소 조문했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책임있는 해결책 제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설 전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강서 열사의 뜻을 이루기 위해 2월 시국농성과 2월말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