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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홍종인 지회장 151일만에 굴다리서 땅으로 내려와...
| 현자지부 | 조회수 2,877

"땅에 발 딛고 더 힘차게 투쟁하겠다"
20일, 홍종인 지회장 151일만에 굴다리서 땅으로
사측 문제 해결않으면 현장 투쟁과 총파업으로 맞설 것
2013년 03월 20일 (수)  

151일만에 홍종인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왔다.

3월20일 오후 2시 굴다리 앞에 두 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모였다. 곧이어 119 구급대가 크레인을 이용해 홍종인 지회장을 땅으로 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굴다리 아래 모인 모든 이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홍 지회장이 151일을 지낸 굴다리 농성장에서 나와 크레인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크레인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한 시간 가량 홍 지회장은 공중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후 3시 경 결국 굴다리 위 도로로 홍종인 지회장을 내리고 들것에 옮겨 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들고 굴다리 아래로 내려왔다.

 

홍종인 지회장은 당장 땅을 딛고 설 수 없는 상태라 누운 채로 조합원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홍 지회장은 “151일 만에 처음으로 신발을 신었다. 당장 내려오면 땅을 밟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밟지 못하는 것 보니 저 농성장이 나를 놔주기 싫은 모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계 오류로 크레인 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공장은 자동화되고 노동자는 내쫓기며 설 곳 없어진 현실을 더 절감했다. 노동이 존중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홍 지회장은 “내려오면 조합원들, 함께 싸운 동지들 한 명씩 안아주고 싶었다. 현장 투쟁을 정말 잘 해주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한 가지만 약속하겠다. 이제 땅에 발 딛고 동지들과 힘차게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홍종인 지회장은 즉시 천안의료원으로 옮겨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151일만 홍종인 지회장 굴다리 농성 중단

홍 지회장의 고공농성 중단은 19일 긴급히 결정됐다. 19일 오후 4시 경 건강검진을 진행한 결과 ‘혈전증’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것이 확인됐다. 김순석 부지회장은 “의사가 오른쪽 다리를 눌러보니 통증을 호소하는 등 혈전증 증세를 보였다. 다리 양쪽 근력이 달라졌고 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홍 지회장을 진찰한 의사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고 의사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시한폭탄이 시작된 것과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부지회장은 “혈전증은 갑자기 움직이면 혈전이 심장이나 뇌로 가서 심근경색, 뇌경색까지 올 수 있는 위험한 병”이라며 “기본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도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진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지회장은 고공농성 중단 이유는 홍 지회장의 건강 악화와 회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지회장은 “어제 오전 유시영 사장과 통화해 모든 사안에 대해 안을 내고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사측과 실무협의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측이 약속을 지키기 않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고, 지회는 총파업과 현장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것이 김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지회는 27일 5차 특별교섭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특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힐 뿐 한 번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회는 20일 오전 8시30분 긴급히 전조합원 총회를 열고 이같은 상황을 공유했다. 지회장의 몸 상태를 들은 조합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이 시간이 지나도록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 사측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조합원들이 먼저 고공농성이 끝났다고 투쟁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태 해결하지 않으면 현장투쟁, 총파업 나설 것”

지회는 굴다리 아래 천막농성은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다. 출근 투쟁과 촛불문화제도 매일 진행한다. 법원과 노동부, 관리자 집 앞 1인시위 등도 지속한다. 검찰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최근 또 다시 노동부에 2차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을 규탄하며 이에 대한 대응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김 부지회장은 “굴다리 농성을 하는 동안 전 조합원이 출근투쟁, 소속장 집 앞 1인 시위에 결합하는 등 모든 조합원이 같이 투쟁했다. 현장은 자신감이 충만하고 더 강한 현장투쟁도 결의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부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중단하면서 현장 투쟁을 더 강화하고 교섭이 지지부진하면 준법투쟁부터 총파업까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이후 계획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