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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비정규직지회 해고자 양재동 노숙농성
| 현자지부 | 조회수 3,880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해고자 양재동 노숙농성
22일 경찰, 공무원, 용역, 직원 등 농성자 위협 … 26일 파업, 노조 주최 결의대회 참석
2013년 04월 23일 (화)  

4월22일부터 현대차비정규직 울산, 전주, 아산 해고자 50여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차 비정규 해고조합원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면서 22일 14시 금속비정규투쟁본부 주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농성에 돌입했다. 이 농성은 5월12일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촉탁직 비정규노동자의 죽음과 김학종 기아차 광주지회 사내하청분회 조직부장의 분신은 이 노숙농성의 직접 계기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80여명의 노조 비정규직 대표자와 간부들이 모였다. 기자회견에서 박현제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장은 “회사 말 잘 듣고 촉탁직으로 일하면 정규직 전환해준다는 말을 믿었던 현대차 한 촉탁직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2일 시행한 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 조항을 피하기 위해 3개월짜리 촉탁직을 만들어 비정규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고 폭로했다. 현대차 자본은 사내하청 1천500여명을 2년 동안 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 ‘촉탁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해고했다. 금속비정규투쟁본부는 현대차 자본이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해 촉탁직 즉, 단기 계약직 비정규직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조 기아차광주사내하청분회 조직부장은 김학종 조직부장의 분신 이후 현장 조합원들이 분노로 차 있다고 보고했다. 김승조 조직부장은 “16일 김학종 동지의 분신이 있던 날은 사측의 일방적 신규채용에 항의하고 조합원들과 밀접하게 만나기 위해 시작한 광주2공장 천막농성 58일째였다. 분신 당일 분회는 바로 잔업거부를 했고, 그 다음날인 17일 잔업거부 후 야간집회에 5백여 광주 조합원 중 4백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김 조직부장은 “기아차광주사내하청분회가 독자적으로 잔업거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원들은 김학종 동지 분신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현장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숙농성을 이끌고 있는 김호선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현대차 자본은 대법원 판결은 못 지키겠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하자고 한다. 이것은 강도짓을 하고 살인한 범법자가 사회적 합의를 하자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면서 현대기아차의 대법원 판결 불이행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석 노동자들은 “10년간 불법파견 투쟁, 올해는 종지부를 찍자”면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불법파견 범죄자 정몽구 구속’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동자들은 정몽구 회장 면담을 요구하고 출입을 시도했으나 현대차는 대형버스 2대로 정문을 막고 본사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철저히 출입을 통제했다. 이들은 ‘노동법 준수’,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입니다’, ‘기업경쟁력 제고’ 등 어깨띠를 둘렀다. 노동자들이 본사 앞에 천막을 치려고 하자 서초구청 직원들이 힘으로 이를 막으려 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현대차가 서초경찰서와 서초구청 등과 협력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은 한 경제일간지가 현대차의 농성 대응 문건을 인터넷 기사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22일 모 일간경제지는 현대차가 본사 앞 노숙농성을 대비해 만든 ‘금속노조 집회 대응 개요’, ‘집회 대응 세부 운영 계획’ 등 문건을 인터넷 기사로 보도했다가 몇 시간만에 삭제했다. 삭제 전 보도한 기사와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직원을 동원한 24시간 집회로 농성을 차단하고, 19일부터 용역을 동원해 본사 주변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집회 대응 상황실 및 TFT 운영’을 하고, 본사 직원 450명, 용역직원 130명 등 총 580명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한 표도 작성했다. 주간 710명, 야간 660명 등 집회 대응 인원도 계획했다. 특히 ‘금속노조 집회 대응개요’의 비고란에 ‘경찰병력 : 서초서와 협의중’이라고 써 있어 현대차 자본과 경찰의 긴밀한 공조가 드러났다.

농성자들은 연대를 위해 찾아온 시민과 활동가들과 함께 4월22일 19시 문화제를 열었다. 민중가수 지민주, 다름아름, 김성만씨 등이 와서 흥겨운 문화제를 만들었고, 현대기아차 자본을 규탄하는 참석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4월22일 농성자들은 경찰과 현대기아차 자본의 위협 속에서 하루밤을 꼬박 지새야 했다. 서초경찰서는 몇 차례 경고방송을 하면서 참석자들을 연행하겠다고 위협했고, 현대차는 본사 직원과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자들을 에워쌌다. 50여명의 노숙농성 노동자들은 경찰과 현대기아차, 계열사 직원 등 총 6~7백여명의 위협 속에서 굳건하게 첫 날을 보냈다.

끈질긴 본사 앞 노숙농성과 더불어 현대, 기아차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도 함께 벌어질 예정이다. 4월26일 현대차 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파업을, 기아차 광주, 화성, 소하리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집단 연월차휴가를 쓰고 양재동 본사 앞으로 모일 예정이다.

노조는 4월26일 16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