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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macho)인 나는 좋은 아빠일까? 나쁜 아빠일까?
| 편집부 | 조회수 1,714
지난 4월, 정말 지치고 힘들었다. 입사 이래 이렇게 일을 많이 한 적도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회사일로 공장안에서 지낸 시간이 가장 길었다. 반대조 지원을 포함해 특근을 다섯 차례나 하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리고 더 어이없는 것은 그렇게 죽어라 일하고도 받은 임금은 그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한 만큼 더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더 세금을 떼간다 해서 직장인의 지갑을 유리지갑이라고 했던가. 손에 들려진 급여봉투를 펼쳐보니 지친 육신만큼 심신마저 피폐해지려 한다. 
워낙에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탓에, 술자리 대신 일을 찾아다니는 것을 내심 반기던 아내도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봉투를 보고서야 후회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적게 일하는 대신‘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좋았겠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아내의 말이 쉬지 않고 일한 남편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하는 말일 뿐 진심은 아닐 거라는 것을. 개인적인 일을 앞세우는 마초(macho) 근성의 내가 특근 일정이 없는 주말이라 해서 오로지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하지 못한다. 때문에 아내의‘적당히 쉬어가며 일하라’는 것은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을 바엔 차라리‘특근이라도 해라’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착각일 수 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1년 열 두달 중 5월 한 달 만이라도 가족과 함께하지 않으면 죄인 취급받는 다는 가족의 달 5월이다. 그런데 난 또 고민이다. 벌써 특근 일정은 3개나 잡혀 있고, 남는 주말엔 모임이 약속돼있다. 
특근을 줄이거나 모임 일정을 조정해서 5월만이라도 좋은 아빠로 기억 될 것이냐, 아니면 여전히 나쁜 아빠로 남을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져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특근은 해야겠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선 모임도 불가피한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참 난처하기만 하다. 
엄마의 사주를 받아서인지 일곱 살이 된 딸아이도 이번엔 단단히 벼르고 있는 눈치이다. 수시로‘아빠 5월5일 뭐 할 거야’‘주말에 뭐 할 거야’라고 되묻곤 하는데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주야간 시급제 노동으로 살아가는 콘베어 인생이 이때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하루 빨리 월급제가 도입돼서 이런 하찮은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를 가족의 달 5월에 간절히 기대해 본다. 
선전위원 이상규 
pooreun70@yahoo.co.kr